불편한 편의점2 - 김호연
여러분은 소설을 어떻게 읽나요? 또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오르한 파묵은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단어를 그림으로 전환하고 단어가 설명하는 바를 상상 속에 떠올린다고 합니다.
또 작가의 말을 추측하고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상상 속의 연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장을 펼치면 마치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되듯 주인공들이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지요 그러다 책장을 덮으면 극은 막을 내리고 다시 막을 열리기를 고대합니다.
'불편한 편의점 2' 는 성황리에 막을 내린 연극의 후속 편입니다.
반가우면서도 원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잊혔던 소설 속 편의점을 다시 머릿속에 만들어 내고 1편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단역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배우도 있고, 새로 등용된 배우도 있고, 전편의 빌런이 히어로가 되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현실과 다른 모습을 영상 속에서 보았습니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기를 합니다. 마치 그 속에 '코로나'라는 것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이 소설은 완전한 '위드 코로나'입니다.
모든 배우가 마스크를 쓰고, QR 체크를 하며, 코로나로 일을 잃고, 세상을 원망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더운 여름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는 주인공을 상상하며 작년 여름의 불편함이 떠오릅니다.
전편이 단독 주연을 맡은 인물이 주변인과 얽히면서 이야기를 꾸려나갔다면 속편에는 여러 주인공이 나옵니다.
곳곳에 전편 주인공 '독고'의 흔적을 남겨 놓았습니다.
떠나 버린 슈퍼스타에 대한 향수를 무대 위에 고스란히 남긴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독고'를 연상케 하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떠난 사람에 대한 미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속이지만 새로운 배우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지요.
책 속에서
"아들 상처 준 말도 기억을 못 하니 아들이 아빨 멀리하는 것도 이해를 못 하는 거야."
거울을 바라보니 머리는 반에 세고 볼은 축 처진 초라한 중년 사내가 충혈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랑 나 같은 체형들은 밥 먹었다고 뭘 더 못 먹지 않아. 그건 선택의 문제지,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지?
엄마랑 종종 다투긴 했어도, 여전히 엄마는 엄마다. 민식이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고향 같은 곳인데, 그 고향에 가도 아무도 민식을 못 알아본다는 말인가?
평안, 평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로 볼 수 있어 가능했다.
변화,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