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 천현우
'쇳밥'이라는 낯선 단어는 어떤 날 선 것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온전히 누려야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을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정상 궤도에서 크게 벗어날 일이 없는 삶이어서, 정상이 주는 쾌감 또한 알지 못합니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요.
저자는 정상의 범주에서 한참을 벗어난 삶을 살았습니다.
유년기에는 부모의 학대로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막대한 빛에 눌려 비정규직으로 지방 공단을 전전하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용접을 배우고 땜질을 해가며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은 승자와 패자로 끊임없이 나누고 그 안에서 질서를 만들고자 합니다.
명문대와 지잡대로 대졸과 고졸로, 대기업과 좋소기업으로 서울과 지방으로 다시 강남과 비 강남으로 끊임없이 나누고 그 안에서 서열을 정합니다.
이러한 질서에 반기를 들면 패자의 억지라는 비난과 비웃음을 받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스마트폰, 아파트 등 우리 삶을 편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의 이면에는 패자라고 부를 수 없는 노동자들의 고됨과 서러움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이면을 세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산업재해, 지방 산업 공단, 그리고 공장 노동자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SNS에서 멋진 배경과 함께 활짝 웃는 청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에서 낙오되었다고 여겨지며 외면 받는 청년들도 분명 이 세상의 동반자입니다.
경쟁과 서열이 아닌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세상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