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일생을 배웠다 - 우종영
저자는 30년 동안 아픈 나무를 보살피고 이제는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무 의사'입니다.
'나무 의사' 은유적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엄연한 국가전문자격으로 나무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치유 또는 예방 처방을 내리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나무가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라고 말합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일 수 없기에 환경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서 주변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한다고 합니다.
나는 아직 그런 발 빠른 대응을 보지 못한 듯한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 나무를 사랑하는 이의 눈에는 들어오는가 봅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유형기라고 부르는데 보통 5년 정도가 걸립니다. 나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흙속의 뿌리인데 나무가 견디는 그 5년이 쓰임을 결정합니다.
사람에게 유형기가 있다면 언제일까요? 제게는 학창 시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12년에서 16년간 뿌리를 내리고 기둥을 세워 세상에 나서게 됩니다. 그 시간이 태풍을 이겨내고 가뭄을 견디는 밑거름이 되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쳐, 뿌리가 깊지 않아 내 삶이 조금 흔들린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천천히 꾸준히 뿌리를 내린다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꽃이, 열매가 좋은 나무가 될 것입니다.
나무는 항상 곁에 있지만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나무를 눈여겨 보지도, 그럴 생각도 못했습니다. 산을 좋아해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나무가 모여있는 산을 좋아하면서 나무를 모른다는 게 아이러니하네요.
이 책을 접하고 동네에서 가장 큰 버즘 나무, 그동안 오해했던 아까시나무, 봄이면 세상 멋진 벚나무에게 눈인사를 건넵니다.
백리향이라는 나무는 발끝에 묻은 향기가 100리를 지나도록 남는다고해서 그리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향이 인생이라는 나이테에 짙고 아름다운 향을 남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