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에 비해 잘풀린 사람 - 남궁인 외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인 글로 쓰자는 구호 아래 '월급사실주의'라는 불온한 단체를 구성한 작가들이 출간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입니다.
우선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표지 그림도 너무 재밌지 않나요?
사회생활하면서 만난 수많은 군상 중에 꼭 있기 마련이지요. '인성에 비해 잘풀린' 인간들이.."이 부장, 너 말이야 너'".
누구는 가상화폐로 빌딩을 사고, 어디 CEO는 연봉이 수십억원에 달하며, 강남 아파트는 평당 억을 넘어선다는데 내가 흘린 땀은 기껏해야 최저임금 언저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들은 저마다의 소재를 빌려 고된 현실을 이야기 합니다.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지만 돈이 있으면 더 잘 될 수 있는 아이, 그 아이를 돈이 없어서 피하고, 낙오자처럼 대하는 공부방 선생님, 지방 방송국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아침 방송을 하고 부수입을 위해 각종 행사를 뛰는 화려함 보다는 고단함이 묻어 나는 아나운서 그리고 월급이라는 마력에 자신의 가치관과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매니저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8명의 작가를 마치 수제 맥주 샘플러처럼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꼭지를 맡은 작가 손원평은 정말 정직한 건 돈이라고 말합니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속내를 감추지도 않고, 위선으로 가장하지도 않고 언제나 솔직한 민낯을 보인다고 말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 중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건 없다고 듣기에 조금 거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 전 어른들을 모시고 상갓집에 다녀오면서 조금은 억울한 교통 법규 위반 딱지를 끊었습니다.
어른들이 계셔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소리 없이 우리나라 경찰의 함정 단속에 대해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장인어른이 5만 원짜리 두장을 건네시며 운전하느라 고생했다는 말에 끓어오르던 분노와 증오는 한순간에 '내가 조심했어야지, 그럼'으로 바뀐 일이 생각납니다. 그렇습니다. 돈으로 치환됩니다.
유시민 작가는 "가난이 그저 불편한 문제일 뿐이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가난은 그저 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뜨린다. 삶을 욕되게 느끼도록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존심을 무너트리고, 삶을 욕되게 만들 수 있는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한 가운데에서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땀 방울이 값지게 느껴지지 않았다."라는 손원평 작가의 표현이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말하는 듯 합니다.
오늘도 고된 하루를 살아낸 이들이 조금은 더 평안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