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취미에요

여행 준비의 기술 - 박재영

동명항 2025. 3.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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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노하우, 팁을 이야기하는 책은 무수히 많이 보았지만 여행 준비를 말하는 책은 처음입니다.

저자 박재영은 여행 준비가 취미라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취미였지요.

그렇지, 그럴 수 있지. 취미라고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이런 책을 낼 생각을 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여행은 누구나, 아무때나 할 수 없지만 여행 준비라는 문은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있지요.

전염병이 창궐해도, 수중에 여행 경비가 없어도, 여행 준비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저자는 알고 있습니다. 

‘여행준비’가 거의 ‘여행’만큼이나 재미있다는 것을.

 

저 역시 여행 준비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으로 준비에 공을 많이 들이지요.

여행 일정이 정해지면 구글 지도, 인터넷 커뮤니티, 여행 관련 홈페이지,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 요일, 계절을 고려해서 일정을 짜고 교통수단, 동선을 정한 후 이동 시간을 고려해 식당을 찾고, 호텔을 정합니다. 유명한 콘서트, 행사, 전시, 맛집도 미리미리 예약해 놓습니다. 

 

하지만 많은 품을 들인 여행이 사정이 생겨 못가는 경우가 있는데 괜찮습니다.

작곡을 하거나 글 쓰는 이들이 작품을 만들어 놓고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지요.

여행지를 소재로 다녀온 사람과는 마치 다녀온듯 이야기할 수 있고, 갈 사람에게는 식당이나 호텔을 추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기술적인 준비 보다는 에피소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여행 동반자, 여행의 명분, 그리고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외국어, 현지 음식, 스포츠 경기 같은 것들이지요.

 

다른 것들은 모르겠는데 30대에 야구장을 따나고 얼마전 골프장도 떠나면서 경기 관람,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탈리아와 영국의 축구팬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 미국과 일본 야구장 풍경이 어떤 모습인지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여행 팁을 주기도 하는데  기업에서 운영하는 자사 제품과 관련한 물건들을 전시하고 체험 할 수 있는  '기업 박물관', 현지 음식과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전에 경기도 다낭시 한 호텔에서 하는 쿠킹 클래스에 참여한적이 있는데 재미있더군요.

아침에 모여 다 같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함께 했던 시간이 유명 관광지나 맛집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또 맥주 박물관에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듣고, 본 후 마시는 맥주는 그 맛이 달리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적어도 여행에서는 엉뚱하고 돌발적이고 미처 생각 못한 것들을 재미있어합니다.

여행이라는 게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니 우리는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 익숙지 않은 풍경, 생소한 음식들 그리고 뜻밖의 사건, 사고에 당황하고, 어이없어하면서 추억을 쌓습니다. 

 

저 역시, 시간이 한참 지나도 방콕 쇼핑몰 화장실에 놓고 온 지갑, 올란도 호텔 방에 두고 온 여권, 길을 잘못 들어 일본 알프스 벼랑 길을 조마조마하며 운전하던  시간들이 4K 화질로 눈앞에 떠오릅니다. 

 

제게 있어 여행 준비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의 편안함, 시간과 경비의 절약 그리고 그 계획이 틀어지고, 망가질 때 오는 엉뚱한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오늘도 복접 한 출근 시간, 열차 안에서 다음에는 어디를 가볼까 하고 스카이 스캐너에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 정해놓고 비행기 표를 검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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