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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없는 세계 - 미우라 시온

동명항 2025. 4. 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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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사랑 없는 세계'입니다. 

 

작가 미우라 시온은 와세다에서 연극을 전공했는데 자신의 구직활동을 3개월 만에 책으로 내면서 데뷔했습니다. 이후에 나오키상, 서점 대상 등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일본의 대표 작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세계'로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하고 서점 대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없는 책치고는 표지가 이쁘지요. 보통 번역서는 제목과 표지를 바꾸기도 하는데  '사랑 없는 세계'는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더 이쁘네요. 식물의 세계에는 사랑이 없다는 주인공의 표현을 표지에 담았습니다. 

 

 

'사랑 없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지레 짐작하고 기대하던 헤어진 남녀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는 끝내 나오지 않습니다. 온통 식물뿐입니다. 식물학 연구에서 많이 쓰인다는 생전 처음 들어본 애기장대잎 이야기 투성이지요. 

또 남자는 요리사인데 양배추와 무를 썰다 그 단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탄합니다. 

 

이 친구가 애기장대

 

주인공 후지마루는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근처 식당에서 일하면서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는 대학원생을 좋아하게됩니다. 고백을 했지만 식물에 밀려 차이지요. 그리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_96쪽

 

 

“식물 연구 활동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통해 일반 사회에 식물학을 잘 알렸다”는 이유로 식물학협회에서 상을 수여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을 쓰기 위해 답사와 취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과적인 묘사, 실험 과정이나 세포의 분열, 증식 등 독자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책을 읽는 건지 논문을 읽는 건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식물학과 요리, 언뜻 보면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결국은 생명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말하고, 과학적 사실과 감정적인 서사를 작가 특유의 문체로 풀어냈습니다. 

번역도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실망스러운 일본 소설의 공통점인 어색한 번역도 읽는 동안 전혀 느껴지지 않아 고유명사를 제외한다면 마치 한글 소설을 읽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조금 버거웠는데, 식물학에 대한 분량이 너무 많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연구원들을 마치 세속을 떠나 연구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처럼 묘사한 부분도 대학원 연구실을 떠올려보면 개인적으로는 불만입니다.

 

원서를 찾아 읽어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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