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취미에요

호텔 이야기 - 임경선

동명항 2025. 4. 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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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작가의 단편 소설입니다.

우연히 늦은 시간 호텔 정문에 서있는 도어맨을 보고 '호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도심 속 산에 자리한 폐업을 앞둔 그라프 호텔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라프 호텔은 서울 남산 자락을 40년간 지키다 사라진 힐튼호텔을 떠올립니다.

남산에 있던 힐튼 호텔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호텔입니다.

군 제대 후 복학 전까지 이곳에서 하우스키핑 일을 하기도 했고, 연말에는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을 즐기려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던 곳입니다.

 

호텔은 365일 24시간 살아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지요.

손님에게는 편안하고 설레는 공간이자 지극히 사적인 장소이고, 하우스 키퍼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더러움을 처리하고, 전날 투숙한 손님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야 하는 일자리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뜻밖의 방문객을 통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혹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고, 뭔가를 내줬으면 반드시 뭔가를 바라는 법이라는 등장인물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전 한때 가까이 지내던 대학 동창이 등산을 함께 하던 중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지요. 

그리고 나의 20대 소중한 시간 일부가 사라져 버렸지요. 

 

저는 오가는 출퇴근 시간에 부담 없이 읽은 소설입니다. 

 

 

책 속에서

그런 날은 찬물로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 문득,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관심이나 위로를 구하기 위한 푸념이기보다 인생의 기쁨과 고통의 정점들을 이 정도면 충분히 겪었다는 받아들임이었다. 남은 인생에서 이미 겪은 것보다 더 성취하거나 바닥을 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파도는 대개 이 정도로 잔잔할 것이다. _p.31

 이해…… 사람들은 항시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때로는 용서를 구해야 할 상대에게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_p.105
   
“야, 대체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야. 인간이란 종은 뭔가를 내줬으면 반드시 뭔가를 바라는 법이지. 조건 없는 호의란 존재하지 않아.”_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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