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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 김애란독서가 취미에요 2023. 1. 7. 08:06728x90
단편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이 책은 그런 단편 모음입니다.
하지만 '끊긴 느낌'이 아닌 '긴 여운'을 남깁니다.
한 꼭지씩 시간을 두고 읽으며 그 여운을 느껴봅니다.
'바깥은 여름' 일곱개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입동'은 아이를 사고로 잃고 살아가는 부모 이야기를 담담하고 먹먹하게 풀어냈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첫 집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공간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공간으로 변합니다.
엉망이 돼버린 한쪽 벽면을 미루고 미루다 벽지를 새로 바르다 아들 영우가 쓰다 만 자기 이름 '김ㅇ '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아내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입동'은 2014년에 발표되었고 다른 단편 '어디로 가고 싶은 신가요'는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다 숨진 교사가 나오면서
세월호 비극을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바깥 여름'의 소재는 버려진 개, 한부모 가정, 시간제강사, 다문화가족 등 소외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책 속 글 모음
어딘가 가까스로 도착한 느낌. 중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튕겨진 것도 아니라는 거대한 안도가 밀려왔었다.
스스로에게 조금 실망스런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했다.
모든 게 합당하고 필요한 과정처럼 여겨졌는데 이상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사진기는 시간에 초크질을 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한겨울, 방 한쪽에 잘 개어놓은 이불 같은 사람, 반듯하고 무겁고 답답한 사람.
풍경이 더이상 풍경일 수 없을 때,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서울 토박이로서 내가 '중심'에 얼마나 익숙한지, 혜택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어떻게 중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 잘 보였다.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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