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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독서가 취미에요 2023. 1. 8. 17:12728x90
이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의 전쟁입니다.
당시 '소녀병사'로 참전한 이들이 저자에게 한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겼습니다.
순전히 애국심으로 스스로 입대한 소녀병사들이 전쟁에서 겪은 참상을 책에 실었습니다.
대부분의 소녀병사는 독일군이 소련으로 침공하자 전선에 나가기 위해 군사위원회에 찾아가 떼를 쓰면서까지 참전합니다.
글쓴이는 약 200명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겼습니다.
저격병, 전차병, 보병, 공병, 의무병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이발병, 취사병, 제빵병, 지하공작원, 정찰병 등 여러 분야에서 전쟁에 헌신한 이들을 조명합니다.
얼마 전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은 독일 소년이었는데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자 서류를 조작해서 친구들과 들뜬 마음으로 소풍 가듯 전선으로 향합니다.
비슷한 장면을 한 사람이 소개합니다.
"우리는 신이 나서 열차에 올랐어. 아주 씩씩하게. 농담도 해가며. 얼마나 깔갈대고 웃었던지, 지금도 기억나.
어디로 갔냐고? 어디로 가는지 우린 몰랐어. 사실 그런 질문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지. '그곳에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런 생각도 안 해봤고 전선으로 가기만 하면 되니까."
다행히 이 사람은 살아서 돌아왔고 영화 속 주인공은 종전을 코앞에 두고 죽습니다.
인간은 30년 전의 악몽을 잊고 역사를 되풀이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남겨진 사람들은 후유증으로 평생을 괴로워합니다.
일본에서는 만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성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참전했던 여성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입니다.
이 책은 잔혹한 전쟁의 모습을 어린 소녀병사의 눈으로 그리기도 하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노인이 되었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책 속에서...
"4년 동안 꽃이고 새고 전혀 본 기억이 없어. 당연히 꽃도 피고 새도 울었을 텐데. 참 이상한 일이지? 그런데 정말 전쟁영화에 색이 있을 수 있을까? 전쟁은 모든 게 검은색이야. 오로지 피만 다를 뿐, 피만 붉은색이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마라!' 스탈린 명력 제227호. 뒤로 물러나면 바로 총살이었어! 후퇴를 저지하는 분대가 우리 뒤를 따라다녔어. 아군이 아군에게 총을 쏘는 일들이 벌어졌지.
"위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웃지도 않았지. 마음이 영 불편해 보이더라고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것도 같고. 그 사람은 내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이지 알았던 거지..."
"사격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인데 제비꽃이 보이더라고. 아주 조그만 제비꽃이. 그래, 그걸 꺾어서 총부리에 매달고는 계속 길을 갔어."
"의식이 있으면 떨어져 나간 자신의 팔이나 다리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은 함께 묻어달라고 부탁했어"
"우린 전사자들을 숲 속 나무 밑에 자주 묻었어 참나무 아래에도 묻고 자작나무 아래에도 묻고 나는 지금도 숲은 안가. 특히 늙은 참나무나 자작나무들이 자라는 곳은.....그곳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나는 내가 죽인 사람들을 보지는 못했어....하지만....마찬가지야....이젠 나도 알아.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그들이 꿈에 나타나....죽은 이들이...내 손에 죽임다안 이들이....나는 그들을 못봤지만 그들은 나를 알고 찾아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
"내가 구한 부상병만 481명이야. 우리는 여자인 우리보다 두세 배는 더 무거운 남자들을 부여안고 끌고 해서 전장에서 구해냈어. 8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부상자를 둘러멘 건지 질질 끄는 건지 모르게.... 그렇게 한번 전투가 있을 때마다 대여섯 번은 나가서 부상자들을 구했지 나는 몸무게가 48킬로그램이었는데 말이야. 발레나 해야 할 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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