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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독서가 취미에요 2022. 11.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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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책장을 펼쳤습니다.

    생각도 못한 '빨치산' 이 나온 것도 생경스러운데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본 '빨치산'은 은어도 비속어도 아닌 국어사전에 어엿하게 등재된 '비정규군 유격전'을 뜻 하는 단어입니다. 

     

    소설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조문객들과의 만남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구례에서 자라 빨치산이 됩니다.

     

    그곳에는 그의 적이었던 사람, 그가 적으로 알던 사람, 죽은 빨치산 동료의 남겨진 가족 그리고 그가 빨치산이 되어 고난을 겪은 형제가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왜 그런 아픔이 있는 곳에서 계속 살아왔는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주인공은 구례 사람들에게 아버지는 빨치산 이전에 동창이자, 친척 그리고 옆집 사는 이웃으로 이데올로기가 아닌 온전한 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장례식장을 통해 작가는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빨치산 동료들은 조국통일을 이야기하고, 군인 출신 우파 성향의 동창은 조문객들을 데려 오고, 월남에 참전해 다리를 잃은 노인은 빨갱이라 부르며 행패를 부립니다.

     

    무거운 '빨치산'이라는 소재를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게 이야기하며 적당하게 전라도 방언을 넣어 해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빨치산 토벌 작전에 투입돼 형제와 친구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던 동창이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라는 한마디로 작가는 그가 짊어져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아버지에게 독자에게 전합니다.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 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 해준 말이다.'

     

    빨치산 간부였던 형을 자랑스럽게 말했다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작은 아버지는 "저 질이 암만 가도 끝 나들 안 해야." 이렇듯 작가는 아무리 가도 끝이 나지 않는 길이라는 표현으로 작은 아버지의 한을 표현합니다. 

     

    죽음으로서 아버지가 기억 속에 부활하고 화해하고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 부고를 받았습니다.

    십여 년 전 수년을 가까이 지내던 이와 서로의 사정으로 멀어지고 뜸해졌다가 받은 부고입니다.

     

    장례식에 다녀온 후로 한동안 그와 나누었던 시간과 함께 했던 장소들이 기억 속에 떠올랐습니다. 

     

    죽음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잊고 지내던 이에 대한 회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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